꽃보다남자

from doodle 2009/01/15 17:15
한국에 다녀와서 가장큰수확중하나는 (정말 인정하긴 싫지만) 역시..
'꽃보다남자'인듯하다.

*
나의 초중딩시절을 회상해보면 생각보다 꽤 단조로웠던듯하다.

난 학교와 부모님과 학원에 충실한 아이었고
일탈을 꿈꾸어본 적도, 심지어 어찌 일탈을 꿈꾸는지도 알지 못했다.
오락실을 가거나 방과후 시내에 나가서 노는 일따위는 생각해본적도 없고
내가 20세 이후 대학에 가서 할수 있는것이라 지금은 할수 없음! 이라고
매우 자연스럽게 그리고 매우 당연히 못박아왔었다.
실제도 학교/학원숙제가 많아서 그런 '허잡스러운' 일들에 쓸 시간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한도내에서 자유롭게 행했던 나쁜짓은
오직.. 만화책이었다.

무엇보다 이는 '책'의 연장선상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죄책감이 훨씬 덜했고
간혹 '어린이 과학만화'나 '먼나라 이웃나라'와 같이 매우 건전하며 지식이 풍부해보이는 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0세 엄격했던 김나영어린이의 기준에 '건전한 만화 한권당 불건전한 만화 열권'은
죄책감과 일탈의 합리적인 compromising line이었다.

참 많이도 봤다.
한참 많이 볼때는 주간지로 남자애들꺼 점프찬스챔프+여자애들꺼 나나밍크뭐 이런거 따위를 매주돌려보고
덤으로 새로들어오는 간행본들은 매주 업뎃시켜줬기때문에 완결을 기다려본적도 없다.
간혹 월말에 간행본이 막 10권씩 나오고 그러면 뭘먼저봐야하나 고민도 했었고
학교에서 누가 처음보는 책을 빌려오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몰래 교과서 사이에 끼워서 읽거나 화장실에서 읽는등의
엄격한 김나영어린이의 일반상식으로는 상상도할수 없던 극악무도한 짓도 저지르곤 했다.
소지품검사를 하는 날이면 혹여 반의 몇몇 아이들만 아는 비밀만화책장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하면서
하늘이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 없었던 나의 학교생활도 얼룩이졌으며,
지금생각해보니 당시 아오이에 빠지지 않은건 그나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지금의 나라면 전형적인 '나쁜남자' 주인공들이 뱉어내는 달콤하고 유치한 사랑멘트를 보며
'뚱뚱하고 못생긴 노처녀 작가들이 본인의 현실을 피하고자 만들어낸 프린세스환타지 따위에
속아넘어가는 것들이 바보'이라며 코웃음 칠터이지만
당시의 나는 만화속 '왕자님'들에게 반해서 콩딱거리는 내 심장소리를 혹시나 엄마가 눈치챌까봐
더 숙제를 열심히 했다.

최근 '꽃보다 남자'를 한국판 드라마로 만들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제목참 유치찬란하기 짝이없구나, 꽃보다.. 남자...라니. 허어-
물론 나는 해적판 '오렌지보이'와 '황보명'과 '루이'를 기억하는 사람이다.
내가 '꽃보다 남자'로 옮긴거는 '오렌지보이'로 거진 30권정도 읽은 후였는데
등장인물을 다시 일본어로 바꿔야해서 매우 힘들었던 것들로 기억한다.
특히나 쯔쿠시와 츠카사와 츠바사 등등 '츠츠츠'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짜증도 났었다.
마치 500원짜리 쪼그만 '드라곤의비밀'을 보던 사람들이 '드레곤볼'이라는 버젓한 책을 구입하면서 느끼는 어색함과 같은것.
아- 옛날생각이 새로록새로록..

또한 미디어의 노예인 나는 또 이 드라마때문에 많이 울고 많이 웃을것이다.
이미 첫회를 보면서 나는 미친듯이 가슴이 떨렸고
이미 황보명에게, 그러니까 츠카사에게, 아니지 여기서는 구준표에게 나는 마음을 뺐겼다.
첫회를 김졍과 같이 봤는데.. 내가 막 소리를 지르면서
"야!! 야야!! 도대체 저런 보석같은 애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거야!! 쟤 신인아냐? 어디서 캐스팅된거라니!!!! 아아아아아아아!!!! 귀여워!!!!! 어머어머! 저 머리 도대체 어디서 한거래??  세상에.... 세상에...."
등등의 어이없고 지금되돌아보면 살짝 정신줄 놓은듯한 멘트를 날렸지만..
지금도 혼자 상상하며 베시시- 웃고 있는 내가 정말 한심하긴하지만..
만화는 드라마는, 나도 어쩔수 없다.

드라마를 보고있자니 예전에 황보명이 귀엽다고 생각했던 중딩시절 사랑했던 만화책
'오렌지보이'가 생각나서 또 낙서를 해버렸다.

결론은.... 꽃남 화이팅이다 ㅠ ㅠ 에고고- 가슴떨려라..
네밤이나 또 우찌 기다린다니, 준표야.
2009/01/15 17:15 2009/01/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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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an 2009/01/15 20: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랜만이다 나영아~ '루이'는 원작 이름이고, 오렌지 보이에서는 '윤지민'이었다. ㅋㅋ 꽃남 이번 드라마가 오렌지보이의 작명을 좀 많이 영향받은듯?ㅋㅋㅋ 아 나도 준표~ 아직 네밤이나 기다려야되는거냐? ㅠㅠ - 탄언뉘 ㅎㅎ

    • nalong 2009/01/20 11:33  address  modify / delete

      윤윤윤윤윤윤윤!!!윤지!!!민!!!! >_<
      크허허허허허허허허허 역시 기억력감퇴인가요 흙.
      이번주를 아직 못봤어요, 시간이 이리 빨리가다뉘!
      얼렁 다운받아서 봐야지-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언니 학교재미있으시지요? 하하하 졸지아 놀러가야하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안대네요.
      언니도 혹시 샌프란이나 베이에 오실일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헤헤

  2. 뎅뎅 2009/01/18 16:4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탁월한 캐스팅. 구준표. 걔...87년생이라며 이 싱그러운 것 같으니라규...
    오늘이다 오늘! 아하하핫

    • nalong 2009/01/20 11:34  address  modify / delete

      탁탁탁탁탁!월!!한 캐스팅!!!!!!!!
      싱그럽다못해 눈부시더군뇨! (*_ *;)
      이런말투와 표정은.. 자제해야할텐데.. (=_ =;)

  3. tay 2009/01/20 13: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ㅋㅋㅋㅋ 드라마와 만화 얘기가 나오면 옛날 나롱이 튀어나오는구나!

    • nalong 2009/01/21 14:57  address  modify / delete

      아아아아아아! 참고로 루이도 잔디를 좋아한다는 (매우 중요한부분을 말씀 안드려서.. 즉 사각관계->삼각관계의 묘한 구도!!!
      아앙- 이안이보러 또 가야겠다. 디딩햄도 잘가셨겠지요. 쿠헐헐

  4. porori 2009/03/21 13:5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두 이거 마지막 4회를 가슴떨리게 기다리고있음 *_*

    • nalong 2009/03/21 15:03  address  modify / delete

      이거뭐 점점 원작은 고려치않는 애매모호한 이야기 전개. 흙- 슬퍼
      그래도 준표보는 재미로 난 끝까지 꽃남만만세! >_<